모더니즘의 섬'에 바람이 분다

분야 건축일반
저자 (글)이기웅, 배문선 (사진)장수희
발행일 2007-05-02
ISBN 9788970869155
총쪽수 224
판형 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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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7년 겨울 출판도시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수많은 개성 있는 건물들, 녹슨 철판이 붉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안개에 감싸인 한옥, 얼음 언 샛강의 갈대들. 출판단지 옆 자유로와 그 너머 한강과, 그 너머 김포의 산과, 멀리 북녘의 산들도 렌즈에 들어와 사진 한켠에 자리잡았다. 새벽과 환한 낮, 해지는 저녁 풍경이 안개와 눈발과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출판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목 차

 

섬. 2007년 겨울.
출판도시는 섬이다. 한강 하구,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에서 김포시 마곡리 사이를 흘러가는 한강의 동쪽 가에 떠있는 섬이다.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는 자리에 앉아, 언제까지나 서울이라는 메갈로폴리스의 대비점이 되는 섬이다. 서울 시청에서 36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87만 5342제곱미터에 이르는 섬. 뭍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뭍에서 벗어나지 않는 곳, 뭍을 반성케 하고 뭍 아닌 곳이 되려 하지만 뭍에서 영원히 떨어질 수 없는 곳이다. 이곳에 오려면 사람들은 배를 타듯이 셔틀버스를 타고, 또는 자가용을 타고 온다. 일이 끝나면 이들은 일제히 뭍으로 건너가듯이 서울로 돌아간다. 다시 다음 아침, 배를 타듯이 이들은 자유로라는 통로를 따라 또다시 섬에 들어온다. 섬에 들어서면 풍광부터 뭍과 다르다. 일렬로 늘어선 간결한 건축물의 진열, 담백한 세움 간판, 미칠 듯이 붙어있는 도심의 건축물과는 달리 여유 있는 건물들의 관계. 우선 풍광에서 방문객들이 이곳이 뭍과 다른 섬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서울에서 항상 만나는 거대간판도 없고, 판박이처럼 만든 똑같은 건물도 없다. 어딘가 쓸쓸한 듯한, 한국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풍광이 있다. -- 본문 글 중에서

시인이 기억하는 출판도시의 과거, 사진작가가 기록하는 출판도시의 현재
파주출판단지는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자유로변에 위치한 출판문화공동체이다. 1980년대 말 현 출판단지문화재단 이사장인 이기웅 열화당 대표와 뜻을 같이한 몇몇의 출판인들이 품었던 미래 사회를 이끌 출판산업의 현대화에 대한 열망이 오늘의 파주출판도시를 있게 했다. 1단계 사업이 거의 마무리된 지금 파주출판도시를 기억하고, 기록하고자 출판도시문화재단이 이 책을 기획하였고, 배문성 시인이 글을, 장수희 사진작가가 사진을 맡았다.
시인과 사진작가는 모두 출판도시와 인연을 맺고 공유하고 있다. 시인은 출판도시 옆 심학산의 한 자락에 터를 잡아 살고 있고, 사진작가는 출판도시 내의 타운하우스에 이사를 해와 살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겐 출판단지는 ‘마실’의 대상이자, 작업의 대상이다.
시인은 먼저 1996년의 기억부터 끄집어낸다. 자유로 변 심학산 자락으로 이사를 온 시인은 갈대 강이 내려다보이는 그 산의 어느 언덕에서 사그라지는 석양빛을 맞대고 앉아 있다. 석양빛은 한강 위를 떠다니는 얼음 덩어리에도, 출판단지가 들어설 자리인 갈대밭에도 비치고 있다. 또 다른 기억. 시인은 1998년 11월 20일 새벽, 심학산에 올라 ‘포기보텀’ 즉, 안개 저지대에 안개가 자욱하게 쌓인 모습, 안개를 품고 있는 갈대 강 풍경을 바라본다. 마침 그날 오후는 출판도시 기공식이 열린 날이었는데, 시인만의 ‘그 언덕 아래 갈대밭’이, 시인만의 ‘포기보텀’이 출판도시가 되는 사실에 시인은 놀란다. 그리고 시인은 계속해서 2007년 출판도시를 이야기해준다. 출판도시에 “바람이 분다. 계획을 세워야겠다. 또 바람이 분다. 실천해야겠다.”고.
사진작가는 2007년 겨울 출판도시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수많은 개성 있는 건물들, 녹슨 철판이 붉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안개에 감싸인 한옥, 얼음 언 샛강의 갈대들. 출판단지 옆 자유로와 그 너머 한강과, 그 너머 김포의 산과, 멀리 북녘의 산들도 렌즈에 들어와 사진 한켠에 자리잡았다. 새벽과 환한 낮, 해지는 저녁 풍경이 안개와 눈발과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출판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말(言). 2007년 4월
출판도시를 걷다보면,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간결하고 담백한 도시풍경이지만, 이 도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이 도시의 말이 하나씩 들려온다.
왜 이들은 이토록 절제되고 지적이어야 하며 고도로 세련되어야 하는, 그래서 지식이 넘칠 듯한 이성적인 도시를 만들려 했을까. 도시를 만들면 끼어들게 마련인 온갖 상점과 술집과 러브호텔과 갈빗집과 가든과 카페와 찻집 등 온갖 소비문화는 어째서 용납하지 않을까. 이성의 반대편에 있는 ‘참을 수 없는, 그래서 막을 수 없는 욕망’을 어떻게 조절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일까.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욕망과 이기심으로 만들어진 도시를 거부하고, 자신들이 계획했던 대로 자신들이 뜻한 대로 ‘계획 그대로인 현실을 만들기’ 위해 이 도시를 만든 사람들이 헌신했던 과정을 생각하면, 왜 이 도시가 ‘이렇게 이성적이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 이성의 바탕에는 80년대가 놓여있다. 80년대를 거쳐 온 지식인들이 자신의 의식과 논리에 따라 세상을 바꿔본 경험들이, 논리가 현실이 되는 과정을 지켜본 의지들이 이 도시를 만드는 힘이 됐을 것이다.
-- 본문 글 중에서

추천의 글
건전한 인간성은 건전한 공간 조직에 기초한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지게 된 원인이 우리가 사는 잘못된 도시 조직에 있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 삶에 대한 근본적 성찰 없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밀착하여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파주출판도시는 다른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한갓 새로운 도시가 아니라 지식을 만드는 출판인과 우리의 삶을 조직하는 건축가가 만나 만든 문화공동체입니다. 이들은 완강한 관습에 저항하고 부패한 부조리에 맞서야 했으므로 도시를 만드는 일 자체가 큰 문화운동이었습니다. 이 도시의 곳곳에 그 운동의 기억이 서려 있습니다. 그래서 이 도시는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움이 서사의 시어처럼 기록된 책을 대하며 저는 가슴이 벅찹니다.
- 승효상(건축가, 출판도시 건축 코디네이터, 이로재 대표)

 

 

 

저자소개

 

글 : 배 문 성
1982년 <심상>으로 등단한 이후, 시집 『당신들 속으로』(나남출판) 『노을의 집』(민음사)을 출간했다.

사진 : 장 수 희
1972년에 태어나 홍익대학교 사진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개인 스튜디오를 오픈하여 광고 사진을 주로 맡아 작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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